정규교육과정을 마치지 않고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에 합격한 인도 소녀가 화제다. 홈스쿨링이라는 과감한 결정을 내린 엄마가 있었던 덕분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를 알고 포기하지 않은 소녀의 노력이 맺은 결과다.
지난 30일(현지시간) 인도 NDTV 등 외신들에 따르면 뭄바이에 사는 말비카 라지(17)가 MIT로부터 입학 허가서를 받았다. 그는 MIT에서 컴퓨터 과학을 공부할 생각이다.
말비카의 합격은 겉으로 드러나는 성과가 아닌, 자신의 장점이 무엇이고 어떤 것을 잘할 수 있느냐를 보여준 결과라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말비카가 학교를 그만둔 건 엄마의 뜻이었다.
말비카의 엄마 수프리야는 과거 NGO(비정부단체)에서 일했는데, 어떠한 계기를 통해 딸의 인생을 깊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수프리야는 “우리는 평범한 가정”이라며 “말비카가 학교에서 공부를 못했던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딸이 학교를 그만두게 한 이유는 인생의 행복이 단순한 지식에서 오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때 암 환자들을 돌봤던 수프리야는 말비카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채 꿈을 펼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것을 봐왔다. 그는 말비카만은 자기가 원하는 걸 하게 해줌으로써 행복한 인생을 살게 하자고 결정했다. 그렇게 말비카는 중간에 학교를 그만두고, 자기가 좋아하는 컴퓨터를 탐구해 MIT 입학이라는 결과를 이뤄냈다.
수프리야는 “인도에는 홈스쿨링 개념이 없다”며 “남편마저도 말비카가 학교 그만두는 걸 반대했다”고 밝혔다. 그는 “정규교육과정을 마치지 않는 것에 대한 공포가 어느 정도 있기는 했다”며 “일을 그만두고, 딸을 위해 내가 직접 학습 커리큘럼을 짰다”고 덧붙였다.
의심스러웠지만 말비카는 해냈다. 오히려 더 행복해했다.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자신이 원하는 분야를 파고들었고, 3년 연속 올림피아드에서 입상했다.
수프리야는 “딸을 만나는 부모들은 MIT에 어떻게 들어갔냐고 수없이 물어본다”며 “그럴 때마다 우리는 결코 MIT를 목표로 살아왔던 게 아니라고 답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지 아이가 뭘 원하고 좋아하는지 이해하면 된다는 조언을 건넨다”고 덧붙였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인도 NDTV·IOI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