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책방···학교 아닌 곳 학교 삼아 다양한 활동하며 내게 필요한 공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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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책방···학교 아닌 곳 학교 삼아 다양한 활동하며 내게 필요한 공부해요

보아스 1 3,153 2021.04.12 16:51

[소년중앙] 집·책방···학교 아닌 곳 학교 삼아 다양한 활동하며 내게 필요한 공부해요


[중앙일보] 입력 2021.03.29 09:00


한은정 기자



열다섯 살 신민주는 초등학교 졸업 후 홈스쿨링 하며 다양한 활동 중이다. 강연·북토크에 참여하다가 직접 강연도 하고, 어린이 대상 책읽기 수업도 했다.
열 다섯 살 신민주는 초등학교 졸업 후 홈스쿨링 하며 다양한 활동 중이다.
강연·북토크에 참여하다가 직접 강연도 하고, 어린이 대상 책읽기 수업도 했다.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에는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세상 모든 길은 남이 가는 길과 남이 가지 않은 길, 두 갈래 길로 나뉘죠.  

 

올해 만으로 열다섯, 중3 나이인 신민주 학생은 흔히 말하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걷고 있습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홈스쿨링을 선택했고, 학교 대신 책방을 다니며 책을 읽고 강연하면서 여러 활동으로 견문을 넓히고 있죠. 민주의 단골 최인아 책방(서울 강남구 선릉로)에서 만난 그에게 어떻게 책방에 오게 됐는지 묻자 “모든 것은 우연의 연속이었다”고 말문을 열었어요. “초등학교 5학년 때 손미나의 ‘인생학교’를 알고 등록하고 싶었는데 미성년자라고 거절당했어요. 하지만 직접 찾아가서 간곡하게 부탁한 끝에 다니게 됐죠. 거기에 패널로 최인아 대표님이 계셨고 최인아 책방을 알게 됐어요.”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던 민주에게 책방은 로망의 공간이었죠. 첫 방문 이후 그곳에서 진행하는 강연과 미술사 수업을 듣고, 북토크에 참여하면서 강연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게 되는데요. 6학년 때, ‘불안해도 내 길을 가겠어’라는 주제로 첫 강연을 하게 됩니다. “최인아 책방 최연소 강연자였대요. 책방에서 강연을 들으시던 분의 제안으로 삼성전자 강연도 하게 됐죠. 영광스러운 경험이었어요.” 어린이 책읽기 수업을 같이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에 직접 선생님이 되어 책읽기 수업도 했습니다. “친구들과 같이 연극하기, 내가 이 사람이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변론하기, 그림 그리기 등 제가 어렸을 적 책을 읽으면 하고 싶었던 것을 포함해 다양한 활동을 했어요. 책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죠.” 북 메이킹 프로그램을 통해 그림책 『동물원의 호랑이』도 만들었습니다. “‘우리를 철창 안에 가둬놓고 이상행동을 하는 호랑이처럼 치부하는 거지’라며 당시 교육에 대한 제 생각을 담은 책이에요. 지나고 보니 그림 실력이 형편없는 것 같아 흑역사처럼 느껴져 지금은 보지 않지만 제 어린 시절 유물 같은 존재죠.”





이전에도 민주는 다양한 체험 활동은 기본,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항상 앞장섰습니다. 교장 선생님께 부탁해 역사 동아리를 만들고 지원을 받아 활동하며 청소년 역사 어린이 해설 대회에서 수상도 했죠. 민주는 뭔가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도전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소년중앙 학생기자로 활동하는 친구들은 굉장히 좋은 선택을 했다고 생각해요. 저는 ‘어린이과학동아’ 기자였죠. 기자 활동을 하며 관심사가 늘고 연결해서 또 다른 활동을 할 수 있었어요. 자기가 하고 싶은 것,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데 망설이지 마세요.” 민주는 기자 활동을 발판으로 문화재청에 가서 청소년 대표로 담화에 참여하고, 청소년 문화재 지킴이 활동도 했어요. 초등학교 5학년 때는 한국사 자격증 2급을 땄죠.  


중·고교 검정고시를 패스한 신민주 학생은 최근 영어 공부를 단기 목표로 잡았다.
중·고교 검정고시를 패스한 신민주 학생은 최근 영어 공부를 단기 목표로 잡았다.


지난해 4월에 중학교, 7월엔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패스하고, 대학 수시모집에 도전했습니다. “자기소개서 쓰는 경험도 하고,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했는데 당연히 똑 떨어졌어요. 아직까지 제가 부족한 게 많기는 하죠.” 수시에 떨어진 후 처음으로 두려움이라는 감정도 느꼈습니다. “사춘기를 겪는 것 같기도 하고, 항상 자신에게 확신이 서 있었는데, 나의 부족함이 보이면서 현실적인 두려움도 생겼죠. 처음으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느끼며 고민도 많았지만 이제 조금 갈피를 잡았어요.” 민주는 또 하나의 단기 목표를 잡았습니다. 대한민국이 답답하게 느껴져 외국 대학에 가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기에 영어 공부에 집중하겠다는 것. “학원에 다녀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영어도 학교에서 배운 거 외에는 따로 한 적이 없는데 잘할 수 있겠다는 확신과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해 보려고요.”


초6 때 최인아 책방에서
초6 때 최인아 책방에서 '불안해도 내 길을 가겠어'라는 주제로 첫 강연을 하고,
이후 교육에 관한 자기 생각을 담은 그림책도 펴냈다.


민주는 다른 학생들처럼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다 대학에 들어간 후 내가 원하는 일을 하는 건 늦다고 생각했습니다.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사회화 과정은 초등학교에서 충분히 경험했다 생각했고, 내 가치를 스스로 만들어보자 했죠. 아직 정형화되지 않고 말랑말랑한 상태일 때 여러 경험을 하고 받아들이며 내가 원하는 일을 하려고 해요. 지금까지 말한 것 이외에도 환경‧인권 등 관심 분야가 너무 많습니다.” 좋아하는 일이 많다 보니 앞으로 무슨 일을 하게 될지 모르지만 어떤 일이든 사회에 공헌이 되는 활동을 하고 싶은 게 민주의 꿈입니다.  

 


민주가 알려주는 책을 안 좋아하는 친구들이 책에 다가가는 팁


- 스스로 선택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누가 시키면 하려고 하다가도 하기 싫어지는 기분, 모두 알 텐데요. 그렇다면 ‘혼자’ 서점을 둘러보세요.

 

- 아주 사소한 이유(표지 일러스트가 마음에 든다, 책장 구석에 박혀 있어서 같은)도 좋으니 눈에 띄는 책을 망설임 없이 펼쳐보세요.

 

-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읽는 게 더 재밌고 즐거울 수 있지만 가본 적 없는 분야의 서가를 뒤져보는 건 어떨까요? 보물은 원래 미지의 영역에 있는 법입니다. 어느 순간 끌리는 책이 있을 수도 있어요.

 

- 모든 책에는 쓰임이 있죠. 기껏 산 책을 읽지 않고 방치한다고 해서 실패했다는 생각보다는 미래에 성장한 내가 재발견할 선물이라고 생각하세요. 책을 항상 가까이에 두는 게 중요합니다.



민주가 또래 친구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


즐거움은 물론 독해력을 키우고 싶다면?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루이자 메이 올콧의 『작은 아씨들』,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같은 비교적 편하게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영문학 소설을 추천합니다. 꼭 영문 번역본으로 읽으세요. 요약된 어린이용 책은 읽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어요. 이 책들에 흥미를 느낀다면 동시대에 활약한 책들을 좀 더 찾아보세요.

 

과학과 문학을 함께 접하고 싶다면?

인문고전 반열에 든 진중하고 철학적인 sf 소설을 읽어보세요.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나 어슐러 k 르 귄의 작품을 추천합니다.

 

글보단 그림이 좋다면?

줄글보다는 만화가 좋다면 진중한 사회적 메시지와 역사를 담은 그래픽 노블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요. 마르잔 사트라피의 『페르세폴리스』, 아트 슈피겔만의 『쥐』 같은 작품들은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진실을 예술적으로 표현했죠. 만화책은 독서가 아니라는 편견을 깨트려 줄 것입니다.


 

나서현 학생기자의 편지


홈스쿨링을 하는 나서현 학생기자가 신민주 학생에게 홈스쿨링을 하면서 고민이 되고 궁금했던 점을 물어봤다.
홈스쿨링을 하는 나서현 학생기자가 신민주 학생에게
홈스쿨링을 하면서 고민이 되고 궁금했던 점을 물어봤다.


소년중앙 학생기자단 중에도 홈스쿨링을 하고 있는 학생기자가 있어요. 바로 나서현(세종 홈스쿨링 6) 학생기자입니다. 초등학교 대신 홈스쿨링을 하며 평소 고민했던 점과 민주에게 궁금한 점을 보내왔죠.  

 

서현 : 왜 홈스쿨링의 길을 선택하게 됐어?

그렇게 거창한 이유는 아니고 ‘그냥’ 이었던 것 같아. 학교에서 많은 것을 배운 건 사실이지만 나에게 필요한 공부는 내가 제일 잘 알기에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  

 

서현 : 홈스쿨을 해보니 어땠어? 힘들거나 다시 학교를 다니고 싶을 때가 있었어?

친구들과 함께하는 학교생활의 즐거움을 알아서인지 그때가 그립기는 하지만 선택을 후회해본 적은 없어. 힘든 점은 하루 종일 강아지가 안아 달라고 보채는 것?(웃음) 나는 만족하고 있어. 명확하게 하고 싶은 게 있고 그 길이 학교가 아니라는 걸 안다면 도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물론 하고 싶은 것도 없고 그냥 학교 가기 싫다는 진부한 이유로 하면 인생 망치는 거겠지.  

 

서현 : 친구가 없을 때 그 외로움을 어떻게 이겨냈어?

친구는 꼭 또래만 말하는 게 아니야. 어른들과 교류하면서 우정은 물론 현실적인 조언을 얻을 수 있었지. 또 반대로 어린 친구들과 독서수업을 진행하면서 같이 놀았는데 정말 즐거웠어. 우정은 나이를 막론하고 생겨나니까!

 

서현 : 홈스쿨을 하면 학교처럼 시간표가 없기 때문에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은 좋은데 시간을 잘 사용하기 어려울 때가 많아. 하루를 잘 보내는 좋은 방법이 있다면 알려줘.

단기 목표만을 바라보고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성취하게 돼. 해야 한다는 의지만 있다면 시간도 공간도 막을 수 없어. 자신에게 숙제를 내주는 건 어때? 꼭 하고 싶은, 해야만 하는 목표로.

 

서현 : 나도 언니처럼 강연을 하고 싶은데 강연할 때 어려운 점은 없었어?

나는 다양한 곳을 찾아다니며 견문을 넓혔고 그다음에 우연한 기회가 찾아오더라고. 서현이의 우연이 어디에 있을지 다양한 경험을 하며 찾아보도록 해! 강연할 땐 변수를 대비해 많은 계획을 세워야 했어. 정말 상상도 못 한 순간에 문제가 생기곤 해, 예를 들어 질문을 유도했는데 아무도 반응을 하지 않아서 식은땀을 흘렸던 기억이 있어.

 

서현 : 그림책을 만들려고 시도했었는데 완성이 안 된 게 많아. 언니는 어떻게 그림책을 만드는 데 성공했어?

완성해야 끝이 아니라 그냥 도전한 용기가 나를 이끌어줄 거라고 생각했더니 부담이 없더라고. 좀 더 편하게 마음먹어보는 게 어때? 우리 나이에는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정답이거든.

 

서현 : 어릴 때부터 작가가 되고 싶었어?

당연하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야. 작가는 가장 보편적이면서 위대한 직업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자급자족도 할 수 있고! 읽고 싶은 것을 쓴다는 건 모든 독서가의 꿈 아니겠어?



홈스쿨링에 관심 있는 친구들을 위한 민주의 조언


홈스쿨링은 말 그대로 작은 범선 한 채로 신대륙을 찾아야 하는 여정입니다. 직접 길을 연구하고 필요한 물품을 준비해야 하며 외로움과 공포에 정면으로 맞서야 하죠. 하지만 나만의 개성을 확립하고 얻어낼 성과를 생각하면 충분히 할만한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 포기해야 하는 것들을 신경 쓰지 말 것

매일 만나서 놀 수 있는 친구나 필요한 조언을 해주시는 선생님의 부재를 혼자서 메꿔야 합니다. 때론 고독하고 사무치는 외로움을 느낄 수 있지만 이 여정이 나를 누구보다 더 단단한 존재로 만들어줄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 부모님과의 관계를 고민해 볼 것  

홈스쿨링에서 집은 학교입니다. 여가와 공부가 공존하는 것도 문제지만 더 중요한 건 함께 사는 가족들의 협조인데요. 부모님이 집에 계신다면 독립적인 홈스쿨을 위해 많은 부분을 합의해야 할 것이고 집에 남는 가족이 없다면 유혹을 뿌리치고 공부할 수 있을지 같은 사항을 꼭 확인해야 합니다.  

 

-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시작할 것

자율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명확한 목표가 없다면 쉽게 흔들리게 되는 게 홈스쿨링입니다. 인생의 목표도 좋고 단기 계획도 좋으니 꼭 목표를 세우세요.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나서현(세종 홈스쿨링 6) 학생기자


[출처: 중앙일보] [소년중앙] 집·책방···학교 아닌 곳 학교 삼아 다양한 활동하며 내게 필요한 공부해요

Comments

영원한소망 2021.05.30 07:29
오타가 있는거 같아용.
첫 사진 밑에 '다섯살 민주'? ㅋ
'열 다섯살 민주' 인거 같은데.
'열' 자가 빠진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