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물거리는 아이, 계획-실천 능력 키우는 포스트잇 계획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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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물거리는 아이, 계획-실천 능력 키우는 포스트잇 계획표

네아이아빠 1 924 2011.05.10 23:40
곧 지진이 일어난다 해도 꾸물거릴 것 같은 아이가 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성원이가 그런 아이입니다. 성원이 엄마는 세상에 바쁠 게 전혀 없는 것 같은 아들을 보고 있노라면 하루에도 몇 번씩 답답함에 화가 난다고 합니다. 남들처럼 학원에 많이 보내는 것도 아닌데 하루가 너무 짧고, 영어학원 숙제와 학교 숙제를 하는 데 저녁 시간을 모두 소요합니다. 엄마 계산으로는 성원이가 마음먹고 하면 자기 전까지 충분히 쉴 수 있는 시간이 생깁니다. 언제쯤 그런 저녁 시간의 여유를 누릴 수 있을지, 하루하루가 답답하다고 하소연합니다.

성격이 조금 급한 편인 엄마와 성원이의 일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속이 타들어가는 건 엄마뿐입니다. 아이는 느긋합니다. 유아나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이에 속합니다. 엄마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과제를 아이는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야 할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합니다. 반면에 해야 하는 줄은 알지만 습관이 안 된 아이들도 있습니다. 대개 초등학교 고학년이 이에 해당됩니다. 이런 아이는 마음먹고 하면 할 수 있고, 실제로도 가끔 그렇게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평소 그런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아직 습관이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와는 좀 다른 사례이지만 아이의 능력에 비해 엄마가 지나치게 많은 과제를 부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과제를 줄여주는 것만으로도 바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엄마의 기대 수준이 높아 과제를 줄이지 못할 때가 꽤 많습니다. 많이 하는 것보다 하나라도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함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유아나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대개 과제 수행의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합니다. 그러나 다행인 건, 이 시기에는 비록 과제나 규칙의 필요성은 몰라도 그것을 지키고 완수하는 것만으로도 성취감과 쾌감을 느끼는 시기입니다. 엄마가 만들어놓은 규칙은 지키고, 엄마가 시킨 일을 끝냈을 때 아이는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엄마, 나 잘했지?”라고 아이들이 묻는 건 바로 그 때문입니다. 이럴 때 엄마가 “시키지 않아도 하는 모습을 보니 엄마 마음이 든든하구나”라고만 얘기해도 아이는 충분한 내적 보상을 받습니다. 반면 초등학교 고학년은 해야 할 일에 대해 명확하게 알고 있습니다. 필요성도 느끼고 있습니다. 다만 하기 싫을 뿐입니다.

꾸물거린다는 것은 실행기능 중 ‘계획하고 우선순위 정하기’, ‘과제개시’와 ‘목표집중’ 기능 등이 약하다는 뜻입니다. 아이의 능력에 비해 과제가 지나치게 많지만 않다면, 엄마의 체계적인 지도로 이와 같은 실행기능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규칙적인 수면 습관입니다. 자고 일어나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해야 합니다. 자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을 매일 지키는 것은 시간관념을 익히는 가장 기본적인 습관입니다. 이 습관이 없는 아이들 중 계획하고 실천하는 능력이 우수하다는 아이를 본 적이 없습니다. 이 점은 어른도 마찬가지입니다. 취침과 기상 시간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은 건강을 지키고 실행기능을 함께 향상시키는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취침과 기상 시간을 규칙적으로 한 후에는 계획하고 실천하는 데 보다 구체적인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시계를 볼 줄 알고 시간관념이 어느 정도 생기는 7세 이후 시작하는 것이 효과가 큽니다. 먼저 하루 중 해야 할 일을 아이와 같이 선택합니다. 처음에는 엄마가 먼저 꼭 해야 할 일을 나열하고, 아이에게 또 해야 할 일이 무엇이 있는지 물어보면 됩니다. 이렇게 말한 내용은 반드시 종이에 써야 합니다.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데는 시각화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야 아이들이 해야 할 일들을 머릿속에 담을 수 있습니다. 해야 할 일들을 적었으면, 그 일을 하는 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지 아이에게 물어봅니다. 터무니없이 예측한 시간을 빼고는 아이가 예측한 시간을 그대로 적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계획표를 그리는 단계입니다. 처음에는 일간계획을 먼저 세웁니다. 초등학교 2학년 이상은 주간계획을 세우는 것이 더 도움이 됩니다. 일주일 동안 해야 할 일을 생각하여, 주간계획에 고루 배치하는 것입니다. 먼저 시간표를 그립니다. 시간표는 되도록 크게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한눈에 보이도록 해야 합니다. 시간대별로 여유 공간이 많아야 합니다. 처음 일일계획을 세울 때는 붙임쪽지(포스트잇)를 이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포스트잇에 해야 할 일과 예상 소요시간을 적습니다. 포스트잇을 붙이는 순서는 아이가 정합니다. 엄마가 보기에 순서가 조금 못마땅해도 넘어가야 합니다. 스스로 세우지 않은 계획은 모두 부담이 됩니다. 우선순위를 세우는 법도 중요하지만 아직은 나중의 문제입니다. 시간은 충분합니다. 계획을 세울 때는 2:8의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최소한 20% 정도의 여유 시간은 있어야 합니다. 시간 내에 완수하지 못한 일은 그 여유시간에 벌충해야 하니까요. 시간 내에 완수하면 그 시간은 온전히 아이의 자유시간입니다.

과제를 제시간에 완수하면 작은 보상을 마련하는 것도 좋습니다. 하나의 과제에 하나의 선물을 배당해도 되고, 포인트 제도를 만들어도 됩니다. 모든 보상은 내적 보상이 원칙입니다. 아이 스스로 성취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 우선입니다. 외적 보상은 초기에 습관을 잡기 위한 재미와 놀이 요소임을 잊어선 안 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보상은 차차 줄여가고, 보상 기간은 길게 잡습니다. 과제별 보상에서 하루 단위 보상으로, 하루 단위 보상에서 주간 단위 보상으로 차차 길게 잡는 것이 좋습니다. 하나의 과제를 끝내면 충분한 격려와 보상을 합니다.

실천 후에는 반드시 실제로 걸린 시간을 표시합니다. 과제와 예상시간이 적혀있는 포스트잇에 실제 걸린 시간도 적습니다. 이렇게 하면 다음날 계획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처음 예측한 시간과 실제로 걸린 시간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아이와 얘기를 합니다. 왜 더 오래 걸렸는지, 더 빨리 끝내고 자유시간을 즐길 방법이 없는지 얘기를 합니다. 맞벌이 부부라면 시간의 여유가 있는 주말에 먼저 시도한 후 평일로 확대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와 함께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절대 지시하거나 충고하거나 훈계, 비판해서는 안 됩니다. 처음 아이와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과정은 놀이여야 합니다. 엄마가 지나치게 진지하면 아이는 지키고 싶은 마음보다 지켜야하는 부담만 가지게 됩니다. 지키지 못한 약속에 대한 비판과 훈계보다는 하나라도 지켜낸 행동에 아낌없이 칭찬하고 격려할 때 자발적 실천이 가능해집니다. 엄마는 감시자가 아니라 코치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ㅣ손병목ㅣ 부모2.0 대표 | 행복한 학부모 포털 부모2.0 www.bumo2.com

Comments

jkim 2014.02.16 22:10
아이 스스로 계획을 세워 하루를 시작한다.. 참 신선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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