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을 해도 자신감이 없는 아이에게

자녀양육정보


칭찬을 해도 자신감이 없는 아이에게

네아이아빠 6 1,599 2011.07.09 23:20
지난 번에 자녀교육에 필요한 세 가지 큰 기술을 말씀 드렸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공감을 해주셨습니다. 오늘은 그 세 가지 기술 중 공감의 기술에 대해 조금 더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초등학교 3학년 슬기는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습니다. 슬기 엄마는 어지간한 일에는 화를 내지 않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아이에게 자신감을 키워주는 방법이라 생각했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슬기가 2학년 때부터 공부에 자신감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문제를 풀다가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그냥 비워두기 일쑤였습니다. 시도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 보였습니다. 물론 가르쳐주면 또 잘했습니다. 슬기 엄마는 헷갈리기 시작했죠. 왜 가르쳐주면 잘하면서도 먼저 시도를 하지 않는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3학년이 되면서 슬기는 어떤 일을 하려할 때 ‘하기 싫다’는 표현이 잦아졌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것도 싫고, 피아노를 치는 것도 싫고, 줄넘기를 하는 것도 싫다고 했습니다. 왜 그러냐고 물어봤지만 그냥 싫다는 말뿐이었습니다.

상황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슬기 엄마와 같은 고민을 가진 학부모가 매우 많습니다. 대개 입학 전에는 크게 느끼지 못하다가 학교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면서부터 자신감 부족 현상을 발견하게 됩니다. 모르는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려 노력하지 않고, 잘해낼 것 같지 않은 일은 시도조차 하지 않습니다. 2학년 영운이는 상황이 더 심각했습니다. 위로 4학년 형을 둔 영운이는 형이 하는 것을 모두 하고 싶어 했습니다. 형이 태권도를 배우면 태권도를, 그림을 배우면 그림을 배우게 해달라고 했고, 심지어 형이 수학 문제를 풀면 그 문제집을 사달라고 졸랐습니다. 아이의 부탁에 마지못해 시켜주기만 길게는 열흘, 대개는 일주일 안에 그만두고 말았습니다.

슬기가 그림도, 피아노도, 줄넘기도 하기 싫다고 했던 것, 모르는 문제는 무작정 비워두고 엄마의 설명을 기다리는 것, 영운이가 형이 하는 것을 따라하다가 일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그만 둔 것, 이 모든 것의 원인 중 하나는 자신감 부족입니다. 그것을 잘해낼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달라 싫어하는 일이 있을 수 있지만, 처음에는 하고 싶어 했는데 며칠을 못가서 금방 하기 싫어한다면 그건 자신감 부족이 주된 원인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호기심에 해봤지만, 조금 시도해보다가 잘해낼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엄마는 “처음부터 잘하는 게 어딨니? 조금 더 하다보면 잘할 수 있을 거야.”라고 아이를 위로하지만 별 효과가 없습니다. 모르는 문제를 비워놓고 엄마 설명만 기다릴 때도 “잘 생각해봐, 배웠던 거야, 잘 몰라도 먼저 노력을 좀 해야 하지 않겠니?”라고 얘기해보지만, 역시나 별 효과가 없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을 너무 믿지 마시기 바랍니다. 칭찬의 사전적 의미는 ‘좋은 점이나 착하고 훌륭한 일을 높이 평가함’입니다. 칭찬도 결국은 평가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과도한 칭찬을 들었던 아이는 늘 엄마의 평가를 의식합니다. 평가에 민감한 아이들은 잘했다는 말을 듣지 못할 것 같은 일은 아예 시도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입학하기 전에 연산 문제를 풀면 엄마는 언제나 “잘했어”, “정말 빨리 풀었네.”하며 칭찬을 합니다. 그렇게 어렸을 때부터 늘 ‘잘했다’, ‘참 잘했다’는 칭찬을 들어온 아이는 잘하지 못하는 일에는 흥미가 없습니다. 학교에 입학하여 수학 문제가 조금 어려워져서 빠른 시간 안에 풀지 못할 때, 아이는 자신감을 갑자기 잃어버립니다. 잘했다는 칭찬이 아이의 조급증만 키운 까닭입니다. 아이의 두뇌가 발달하여 주위 사람들과 스스로 비교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면, 이 때 부모가 습관적으로 했던 ‘잘했다’는 말이, 사실은 빈말일 뿐이라는 걸 알게 된 겁니다. 실제로는 자신이 잘 못하는 것이 훨씬 많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그때부터는 ‘잘했다’는 칭찬은 아무런 동기부여가 되지 못합니다.

칭찬의 말에는 부모의 모든 교육 철학이 녹아 있습니다. 지금 한번 돌이켜 봅시다. 우리는 어느 순간 어떤 말로 아이를 칭찬했는지를요. 그것이 곧 나의 교육 철학입니다. 아이의 평상시 행동이나 노력에 칭찬의 말을 아끼지 않았는지, 결과가 좋을 때만 칭찬을 했는지 돌이켜 봅시다. ‘잘했다’는 결과 위주의 칭찬을 주로 했는지, ‘힘들었겠다’, ‘정말 노력 많이 했구나’는 과정과 노력에 대한 칭찬을 주로 했는지 잘 생각해 봅시다.

우리는 생각보다 칭찬의 언어가 빈곤함을 알 수 있습니다. 잘했다는 말 외에 어떤 말로 칭찬해야 할지 모르고 있습니다. 잘했다는 칭찬을 할 것 같으면 이제부터라도 칭찬을 하지 맙시다. 아이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칭찬이 아니라 공감이니까요. 문제를 잘 풀었거나 성적이 좋게 나왔을 때, “잘했구나”하는 칭찬의 말 대신 “정말 기분 좋겠다”는 공감의 언어로 바꿔봅시다. 아이의 행동 결과에 대해 평가하려 하지 말고, 그때의 아이 마음을 함께 느껴봅시다. 아이는 잘했다는 칭찬보다 훨씬 큰 감동을 느낄 것입니다.

공감이 칭찬보다 훨씬 유용한 것은, 아이의 어떤 행동의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도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과가 좋지 않을 때 “괜찮아, 다음에 잘하면 되지 뭐.” 이렇게 위로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결국 잘해야 칭찬을 하겠다는 뜻이니까요. 이럴 때는 “많이 속상하겠다.”며 공감을 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런 후에 “그래도 엄마는 네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잘 알아.”하면서 엄마의 변하지 않는 믿음을 보여주면 됩니다. 이럴 때 우리 아이는 노력하는 모습을 어머니께 보여주려 힘쓸 것입니다. 지금 ‘잘’ 하도록 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노력’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입니다.
 
ㅣ손병목ㅣ 부모2.0 대표 | 행복한 학부모 포털 부모2.0 www.bumo2.com 

Comments

비전드림 2011.08.03 23:03
칭찬보다 공감 ~ 그렇군요. 칭찬이 아이의 조급함을 키울수 있다는 말도 새겨둡니다. 칭찬 어록을 모아봐야 할까 합니다. 때로는 말도 연습해야 나오는 것 같습니다. ^^ 글 감사합니다.
내마음 2011.08.04 08:50
정말 칭찬하는 말의 빈곤함을 느낍니다. 다시 한번 되새겨봅니다. ^^
sharon 2011.09.21 07:43
칭찬을 많이 해서 우리 아이들이 자신감이 없나봅니다. 도움이 되었지만 어떻게 연습해야할지 실천할 일이 어렵게 느껴지는 군요^^
꿈쟁이 2012.03.16 17:34
칭찬에 인색한 엄마임을 다시한번 반성해봅니다.
밀크쿠키 2012.11.02 23:05
엄마의 평가에 아이들이 무기력해질 수 있군요 자꾸만 더 많은 인정을 필요로 할테니....
채점하는 엄마가 아닌 공감하는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
당근 2013.01.31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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