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같은 엄마를 넘어 권위 있는 엄마로 !

자녀양육정보


친구 같은 엄마를 넘어 권위 있는 엄마로 !

네아이아빠 4 2,024 2011.08.11 01:12
제가 보기에 요즘 부모들은 과거에 비해 확실히 자녀에게 다정한 것 같습니다. 은성이 엄마도 마찬가지로 누가 봐도 좋은 엄마의 전형입니다. 은성이에게 하는 한마디 한마디가 참으로 따뜻합니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은 은성이의 행동을 보면서, 부모가 다정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한답니다.

5학년 은성이는 충동억제가 잘 안 됩니다. 엄마와는 달리 쉽게 짜증을 내고 하기 싫은 일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자기 고집대로 하려는 성격이 강해 친구 관계도 좋지 않다고 합니다. 학교 성적은 평균 이하입니다. 반면에 경민이는 주위 어른들에게 인사를 잘하고 친구 관계도 원만합니다. 경민이 엄마는 엄격한 편입니다. 경민이가 학교 수업을 마치고 난 후 예외 없이 학교 숙제를 먼저 하게 하고, 공부 시간과 노는 시간을 비교적 정확하게 지키도록 지도합니다. 그래서 우리 주위에서는 이런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애들은 너무 풀어주면 안 돼. 너무 기어오른다니까. 어렸을 때 확실히 잡아놔야 해.’

모든 자녀교육, 부모교육 책에서 아이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기다리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억지로 강요하지 말라고 적혀 있습니다. 저 역시 강연이나 글을 통해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공감’을 최우선 덕목이라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요. 은성이 엄마는 진심으로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어떤 행동을 할 때마다 그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아이가 스스로 깨닫기까지는 기다려 주리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주위에서 보기에 은성이는 화를 참지 못하고 예의 없는 아이일 뿐입니다. 오히려 비교적 엄격하게 큰 경민이가 더 모범적입니다다.

공감은 자녀와의 소통을 위한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이러한 기본을 실천하기가 쉽지 않기에 모든 책에서 공감을 전면에 내세워 강조했습니다. 저 역시 그러했구요.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아이의 마음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기다릴 줄 아는 마음이 있다면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공감하되 엄격함을 함께 갖추어야 합니다. 그럴 때 우리 아이는 자존감과 책임감을 함께 키워나갈 수 있습니다.

아이의 마음을 공감하되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모두 수용하는 부모를 ‘허용적 부모’라 합니다. 은성이 엄마는 허용적 부모 유형에 속합니다.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아이의 욕구를 즉석에서 모두 수용해버립니다. 이러한 상황에 익숙한 은성이는 참고 기다릴 줄 모릅니다. 분노를 조절하기 힘들고, 실망하거나 실패했을 때 쉽게 포기합니다. 엄마를 친구처럼 생각합니다. 부모의 권위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부모들을 만나면 종종 친구 같은 아빠, 친구 같은 엄마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가정에서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친구가 아니라 부모입니다. 아이에게 부모는 거리낌 없는 존재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지나치게 스스럼없는 사이가 되면 위와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오냐 오냐 하면 할아버지 수염을 잡아당긴다’는 표현은 이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그렇다고 ‘권위주의적인 부모’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권위를 내세우며 엄격함만을 강조하면 대화가 줄어듭니다. 소통이 없으니 결국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모르게 되고, 그래서 더욱 소통의 벽은 높아집니다. 가정에서 소통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아이는 대인관계에도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반항적인 아이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지나치게 의존적인 아이로 자라기도 합니다. 아이의 말대꾸를 지나치게 싫어하는 부모들이 이런 유형에 속합니다. 물론 부모의 부모로부터 소통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누구를 탓할 수는 없지만, 지금부터라도 소통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권위주의적인 부모가 되어서는 안 되지만, 권위가 있는 부모가 될 필요는 있습니다. 자녀의 마음을 충분히 읽어주되,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분명하게 알려줘야 합니다. 이런 유형을 ‘권위 있는 부모(다이아나 바움린드)’라고 분류하기도 하고 ‘감정 코치형 부모(존 가트맨)’라고 분류하기도 합니다. 문제가 발생하면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고 함께 대안을 찾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는 대안을 ‘선택’하고, 스스로 선택한 것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게 됩니다. 따라서 다정하되 권위가 있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감정 조절, 충동 억제 능력이 상대적으로 큽니다. 대인관계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부모-자녀 관계에서 이미 배워 친구 관계도 훨씬 원활합니다. 엄격하되 아이에 대한 사랑 표현도 적극적이었던 경민이 엄마가 바로 이런 유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강연 때마다 모든 부모교육 책을 단 한 줄로 정리하여, ‘감정은 받아주고 잘못된 행동은 고쳐주라’고 합니다. 중요한 건 순서입니다. 순서를 바꾸면 절대로 안 된다. 행동을 고치기 위해 야단이나 훈계부터 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감정을 충분히 받아주고 읽어준 후에 그 행동을 고칠 수 있도록 함께 대안을 찾는 지혜를 발휘해야 합니다. 그럴 때라야 아이가 부모의 뜻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스스로 선택한 행동에 책임감을 가지게 됩니다.
 
 
ㅣ손병목ㅣ 부모2.0 대표 | 행복한 학부모 포털 부모2.0 www.bumo2.com 
 

Comments

꼼몸모 2012.08.25 20:42
감정 받아주기... 그게 가끔은 잘 안되여~
알고는 있는데.. 실천을 못하니.
제가 아이보다 더 지혜롭지 못한 것 같아요

오늘부터 다시 한 번 시도합니다.. 감정 받아주기!!!
아이셋맘 2013.04.26 13:31
'아이의 감정을 먼저 받아주고 잘못된 행동은 고쳐주라' 오냐오냐 무조건 받아주는게 아이를 위하는 길인줄 알았던 참 무지한 엄마입니다. 좋은말씀 감사합니다.
이윤정 2018.12.13 03:42
균형이중요하겠네요
사랑나무 2019.04.27 00:06
감정을 충분히 다 받아주지 못하고 바로 잘못 고치기로 갔는데말이죠 . 감정을 충분히 받아주고 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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