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막내는 홈스쿨 시간에 엄마 무릎에 앉아 공부하길 좋아합니다. (지금 일학년이랍니다) 할 일이 산더미처럼 많은 것 같이 느껴질 때 혼자도 잘 할 수 있는 수학을 제 무릎에 앉아서 하게 되면 저는 꼼짝도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경우 “혼자 해봐. 잘 하잖아.” 할 때가 종종 있는데, 오늘은 급한 일보다 나의 우선순위인 홈스쿨에 더 집중하기로 결심하고아 아이를 무릎에 앉게 해주고 문제푸는 것을 지켜봤습니다. 아이는 좋아라 하면서 풀기 시작했구요.
요즘 한참 연습하던 것 (10의 자리로 올림이 있는 덧셈) 이어서 쉽게 쉽게 잘 풀어나갔습니다. 그러다가 느닷없이, 64+8 을 계산하던 중 “엄마 이걸 빼기로 바꾸면 어떻게 될까?” 더니 64-8 을 시도해 보더라고요. 제 맘에 ‘이때다’ 싶더라고요. 아이가 스스로 질문을 던진것을 폭포같은 칭찬을 해주며 풀어보도록 격려해 주었습니다. 아이는 아이인지라 한 번 시도해 보고 틀렸더니 “나 그냥 책에 있는 것만 할래.” 하고 그냥 넘어가려고 하더군요. 이 티칭 모먼트를 놓치면 안되겠다 싶어서 인터락킹 큐브까지 가져와서 같이 도와주며 풀게 했습니다.
일단 물꼬는 틀었는데 아이 표정이 ‘이거 공부가 길어지겠는데…’ 하며 흥미를 좀 잃은 것 처럼 보이더라고요. 아이들을 다섯을 키워가면서 늘어가는 것은 눈치인 것 같습니다. 아이가 흥미를 잃으면 아무리 좋은 것을 해도 별 소용이 없다는 것을 미리 거쳐간 아이들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에 아이와 타협해야 하는 순간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네가 너무 좋은 질문을 해서 오늘 양을 좀 줄여도 되겠어. 뒷장은 안해도 돼.(원래 두 장씩 풀게 했거든요) 이거 한 장만 해도 돼.” 그랬더니 공부양이 줄었다고 정말 좋아하더군요. “그리고 네가 생각해낸 이 빼기 방법을 다른 것에도 한 번 시도 해보자. 정말 좋은 생각이었어.” 하며 부추겨서 다른 문제들도 빼기로도 연습할 수 있게 했습니다. 물론 뺄셈까지 해서 시간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아이에게 “ 이거 다 하면 너무 많을 것 같지? 이중에 다섯 문제만 골라서 빼기로 해볼까? “ “응. 엄마 보지마. 내가 고를꺼야. 써프라이즈야. “ 전 사실 굉장히 보고 싶었어요. 10을 빌리지 않고도 쉽게 뺄 수 있는 문제들만 혹시 고르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만일 그랬다고 하더라도 아이가 10의 자리에서 10을 빌려오는 뺄셈과 아닌 것을 구분 할 줄 아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보니 그냥 지 맘에 드는대로 막 택하는 것 같더라고요. 역시 아이는 아이네요. ㅎㅎ
이 모든 것은 같이 옆에 붙어서 하는 것을 보는 동안에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또 신이 난 아이가 다른 자리에 같은 숫자가 온 것을 가리키며 얘기하는 것을 보며 (역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는 것 같네요 ㅎㅎ) 이때다 싶어 같은 1 이지만 그 1이 어디에 와 있는냐에 따라 그 1이 의미하는 값이 다른 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어서 모두 1자가 있는 숫자들, 즉 $100, $19, $ 1 중에 어떤 돈을 갖고 싶냐고 물었지요. 신나게 하는 대답을 들으면서 아이가 자릿수 개념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지요. 막 칭찬해주면서 “어떻게 알았어? 와 정말 대단하다. “ 신난 아이는 “ 또, 또 물어봐줘.” 이번에는 “너는 이 중에서 $823, $283, $328 어떤 돈을 갖고 싶어?” 물었더니, “이건, 8백 달러가 있으니깐 2백 달러랑 3백 달러보다 커서 이거.” 아이가 큰 자릿수의 수부터 비교하는 것을 보면서 아이의 숫자 대소를 비교할 수 있는 능력을 알아볼 수 있었답니다. 물론 아이는 더 하고 싶어했죠. 두어 문제 정도 (더 심도 깊은 걸로) 못이기는 척 더 내주고 아이의 개념 이해정도를 파악하고 “이제 오늘은 그만하자. 너무 잘했어” 하면서 제가 끝을 냈지요. ^^
아이는 조금 아쉬워 했지만 다음을 위해서는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오늘 아이와 수학을 함께 하면서 느낀 제 나름의 홈스쿨 잠언(?) 이랄까요. 깨달은 것을 한 번 정리하면서 나눠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