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듣지 않는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나서 많은 부모들은 “내가 참았어야 했는데…” 하고 후회한다. 어떤 부모들은 항변도 한다. “저도 참을 만큼 참다가 한바탕 한 거예요. 오죽하면 그랬겠어요.” 하지만 이러한 생각의 밑바탕에는 지나치게 단순한 논리가 있다. 아이의 좋지 않은 행동에 대해 부모는 인내심을 갖고 참던지 아니면 폭발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러나 아이 키우기의 효과적인 길은 참는 것과 폭발하는 것 그 사이에 있다.
아이들의 경우를 한번 살펴보자. 아이들은 자신이 바라는 바를 효과적으로 요구하는 방법을 모른다. 그래서 원하는 것이 이뤄지지 않으면 떼를 쓰고, 그래봐야 안 되겠다 싶으면 그냥 포기하고 참는다. 부모의 마음을 사기 위해 계획을 세워 단계별로 노력하거나 부모와 대화를 통해 타협하기를 시도하는 조숙한 아이는 얼마 되지 않는다. 이처럼 대응 방식이 단순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대부분 상황을 바꾸지 못하고 상황은 부모에게 좌우된다. 부모가 아이 마음을 받아들여 요구를 들어주면 원하는 것을 얻게 되고, 들어주지 않으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
아이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을 때 부모가 보이는 반응이 어린아이들과 유사하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부모들 역시 떼를 쓰듯이 아이를 다그치거나 그저 참고 만다. 아이가 부모가 바라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기 위해 단계별로 계획을 세워 접근하거나 타협하는 것은 어른으로서 너무나 당연한 방향이지만 흔히 보기 어렵다.
아이 키우기를 일과 비교하여 생각한다면 우리의 대처가 얼마나 단순한지 쉽게 알 수 있다. 만약 자신의 거래처가 더 이상 자기 회사와 일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할까? 아마도 관계자들이 모두 모여 이유를 찾아보고 그에 따라 여러 타협안을 모색할 것이다. 거래처와 통할 수 있는 갖은 인맥을 동원해 해결에 나서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다. 좀 더 체계적인 회사라면 일이 터지기 전에 위기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미리 강구해 놓을 것이다.
말을 듣지 않는 아이에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일도 너무나 많다. 우선 말을 듣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 이유를 알아야 제대로 된 대처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리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를 잘 키우는 부모라면 대개 잘못된 일이 반복될 때 다음에는 어떻게 대처할지 미리 계획을 세워둔다. 다그치며 야단치는 것보다는 좋은 행동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연습을 시키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의외로 많은 아이들이 부모가 기대하는 행동이 어떤 행동인지 정확히 모른다. 이 경우 부모가 혼을 내더라도 그 순간을 참고 버틸 뿐 어떻게 앞으로 할지는 생각하지 못한다. 구체적인 행동을 알려 주고 함께 연습하면서 격려할 때 비로소 아이는 한 가지를 배울 수 있고 그만큼 발전한다. 만약 우리가 늘 단순하게 소리지르며 야단치는 접근만 고집한다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결과도 분명하다. 그저 아이가 부모에게 떼를 써서 얻어낼 수 있는 수준, 그 이상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