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감정을 받아주기가 너무 어려운 부모들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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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감정을 받아주기가 너무 어려운 부모들께

네아이아빠 19 2,676 2011.11.08 10:54
“내가 뭐 틀린 말 했니?”, “내 말이 맞아, 틀려?”, “대답해봐.” 아이와 대화를 하다 보면 이런 말을 할 때가 있습니다. 엄마의 답답한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이때는 이미 대화가 무의미해질 때입니다. 아이들은 정작 엄마 말이 맞는지 틀린지에 관심이 없습니다. 이 순간 엄마가 싫고, 대화가 싫습니다. 굳이 엄마가 맞는지 틀린지 대답하라고 강요한다면 억지로 고개를 끄덕이겠지만, 그것이 공감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엄마의 권력에 압도당해 마지못해 받아들이는 척할 뿐, 동의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아이에게 문제를 정확히 인식시키고 반성하게 할 목적이었다면 실패한 것입니다.

부모교육의 핵심을 단 한 줄로 요약하자면, 존 가트맨 박사의 표현처럼 ‘감정은 받아주고 (잘못된) 행동은 고쳐주라’는 말이 됩니다. 이를 일명 ‘감정코치’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탓하기 전에 감정을 읽고 받아주는 것은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일상적인 자기수양이 필요합니다. 남의 말을 경청하는 습관이 없다면 불가능합니다. “내 말이 틀렸니?”라고 말하는 것은 감정을 충분히 받아주지 못한 상황에서 엄마의 생각을 강요할 때 무심결에 나오는 말입니다.

아이의 감정을 제대로 읽고 받아주려면 아이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부모와 상담을 할 때, 아이가 게을러서 걱정이라는 부모에게는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래서 ‘무언가 시작할 때 시간이 오래 걸린다’와 같은 구체적인 행동으로 표현하도록 유도합니다. 우리 아이는 무엇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다는 부모에게는 ‘한번 시작한 일을 끝내기가 어려워요’라는 말로 바꿔 표현하라고 합니다. 이런 표현이 바로 부모의 감정을 섞지 않고 아이의 행동을 있는 그대로 나타내는 말입니다. 천성이 게으르다 생각하면 바로잡기가 불가능하지만, 무언가 시작할 때 바로 착수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은 연습을 통해 가능합니다. 뭐 하나 제대로 못하는 무능력한 인간을 전면 개조하기는 어려워도, 시작한 일을 끝내는 훈련을 통해 과제 완수 능력을 키우는 것은 가능합니다.

아이의 행동을 ‘문제’로 보지 않고 아직 ‘개발되지 않은 능력’으로 인식할 때, 부모는 아이를 제대로 도와줄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아이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보는 시각을 가지라 아무리 말해도 아이의 못마땅한 행동이 ‘문제’로 인식되는 태도를 바꾸기 어렵습니다. 이럴 때 도움이 되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아이의 장점을 찾는 연습을 하면 큰 도움이 됩니다. 저는 이를 ‘장점일기’라 명명하고,  강연회 때마다 이를 100일 간 실천하도록 많은 분들에게 권했습니다.

장점일기는 아이의 장점을 찾아 하루 세 가지씩 쓰면 됩니다. 세 가지씩 100일을 쓰면 300가지가 됩니다. 언뜻 불가능해 보입니다. 그러나 300가지를 쓰기 위해서는 시각을 달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테면, 어느 날은 ‘우리 아이는 아무리 혼을 내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고 쓸 수 있습니다. 이게 무슨 장점이냐 싶지만, 야단을 치면 금세 풀이 죽어 하루 종일 무기력한 아이보다는 훨씬 나을 수 있습니다.

반대의 상황도 있습니다. 야단을 치면 눈물부터 글썽거리며 종일토록 우울해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우리 아이는 마음이 여리고 순수하다’고 쓸 수 있습니다. 물론 부모가 바라는 것은 야단을 맞으면 진심으로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고 반성하며 두 번 다시 잘못된 행동을 반복하지 않는 아이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그런 이상적인 아이는 거의 없습니다. 눈앞에 있지도 않은 이상적인 아이를 그리워하는 대신, 지금 바로 내 앞에 있는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줄 아는 마음을 가져봅시다. 마음이 여린 아이는 여린 대로 잘해낼 수 있는 일들이 있고, 남의 말에 크게 상심하지 않는 아이는 그런 성격이 어울리는 일이 있으니 너무 마음 아파할 일도 아닙니다.

100일 동안 아이의 장점을 찾고 기록하는 사이에 아이를 보는 시각이 확실히 달라집니다. 아이가 좀 더 좋아지고, 그래서 “내 말이 틀렸니?”라고 쏘아 붙이기 전에 아이의 감정을 읽어줄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그런데 왜 굳이 100일이냐고 묻는 분도 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100일이면 곰도 인간이 된다고 말씀 드리지만, 기간을 정해놓지 않으면 너무 일찍 포기를 하시기 때문에 목표 날짜를 못 박아 두는 것입니다. 무언가 목표를 정하고 100일도 꾸준히 실천하지 못한 상태에서 해보니 안 되더라는 말은 너무 부끄럽지 않나요?
 
 
손병목ㅣ 부모2.0 대표 | 행복한 학부모 포털 부모2.0 www.bumo2.com  

Comments

등대인 2011.12.03 23:17
제가 요즘 아이에게 정말 무서운 엄마 싫은 엄마였어요..더 많이 알아가고 배워야겠어요.
사랑밭 2011.12.05 20:28
곰같은 엄마였네요. 장점일기 좋은것 같아요
비전드림 2012.01.14 15:50
아이를 있는 그대로 볼수 있는 것은 성령의 능력인 것 같습니다. 늘 성령충만을 구해야 할것 같습니다. 아이
행복한가족 2012.02.11 23:33
너무나 공감하므로 고개를 계속 주억거리며 읽었습니다. 아이에게 너무 많이 그리고 자주 제 감정을 섞어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것 같네요...
미네랄 2012.02.23 11:54
ㅎㅎ 어떻게 엄마의 말 예시가 이리 정확할 수 있는지..
장점일기 함 해봐야겠어요~!
karenchun 2012.07.22 02:20
끄덕.. 끄덕.. 입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밀크쿠키 2012.11.02 23:11
곰 ㅋㅋ 재밌고도 유용한 방법이네요 참 감사합니다
당근 2013.01.31 02:48
감정읽기 너무 어려워요
내 감정도 주체하기 힘들어요
하늘빛향기 2013.07.29 09:45
매사에 정확하고 분명한 나는 그리니치 천문대 시간 처럼 내 가치관이 표준쯤 된다고 착각하며
자녀와 남편에게 감정읽기는 외면하고 내말이 틀렸니? 틀렸어요? 라며 들이댔으니 ...ㅉㅉ
가족불화의 원인을 알게 해주셔서 감사드려요...오늘부터 장점일기 100일 시작 하겠습니다.
지니규니 2015.04.08 12:22
저희는 요즘 서로 칭찬하기하면서 잠을 자는데, 아이들이 좋아합니다. 100일 해보아야겠네요
gracerh 2015.04.15 12:01
요즘 아이에게 너무 화가 많이 나는 저를 발견합니다. 감정코칭을 하기 전 제가 감정 코칭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감정코칭이 너무 서툴기에 100일이라는 시간동안 장점일기를 써보렵니다. 오늘부터 시작해야겠어요.
이쁜미래 2015.11.09 12:57
제가 화가 날때는 감정읽기 알아도 하고싶지 않을때가 자주 있어요~
장점일기를 쓴다면 항상 평정심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많이 될것같아요~감사합니다
에스더78 2016.06.24 16:49
잠정일기100일.. 꼭 실천해야겠습니다.
마샤 2016.10.04 23:22
관점을 달리하라!! 저는 이걸 남편에 대해서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드네요. 감사합니다.
조이조이조이 2017.05.02 03:00
칭찬일기 쓰다가 게을러져서 잠시 멈추었는데...다시 시작해봐야할것같아요. 감사합니다!!
기쁨맘13 2018.05.04 10:50
아이의 감정을 먼저 바라봐야 하는데 자꾸 잘잘못을 먼저 따지게 됩니다. 그로인해 상처 받았을 아이가. ㅠㅠ 오늘부터 장점일기 써야겠어요. ~
쪼꼬렛 2019.08.08 00:27
아... 반성합니다..
해나마미 2020.01.02 22:04
내일부터 장점일기 써야겠어요^^
pinkrose 2020.09.26 23:10
참 미련했던 자신을  돌아봅니다.
유익한 내용이 참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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