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심에 응답하겠습니다.

나눔

부르심에 응답하겠습니다.

투니에미 8 3,913 2015.01.04 00:13

컨퍼런스 끝날 때 쯤 소장님께 수고하셨다고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어찌나 바쁘시던지 왔다 갔다 하시는 모습만 뵙고(차마 가는 길 막고 인사를....^^;)

결국은 인사도 드리지 못하고 왔습니다.

어떻게 인사를 전할까 하다가...

딱히 어디다 쓸 데도 없고....

인사도 할 겸, 컨퍼런스도 정리를 좀 해 보자 싶었습니다.

후기 써서 올리면 그보다 더한 인사도 없을 것 같아서요.^^

 

 

 

지난 여름은 참 추운 계절이었습니다.

적절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데... 굳이 표현하자면 그렇습니다.

 

전에 없이 몸이 좋지 않았고(마흔이 넘으면 꼭 한 번씩은 그럴 때가 있다고들 하시더군요--;)

더불어 마음 상태도 망가져 갔습니다.

내가 8년 동안 알아온 녀석이 맞나 싶을 정도로 도발하는 딸내미.

그것을 도저히 받아줄 수 있는 상태가 아닌 엄마.

둘의 싸움은 그야말로 치열했습니다.

 

도대체 이건 뭔가?

내가 이 아이를 어떻게 받아 주어야 하는 것인가?

우리 가정이 홈스쿨링을 지속할 수 있을까?

지금 상태라면 학교에 보내는 것이 아이를 위해 좋은 것은 아닐까?

많은 생각과 주체할 수 없는 감정들이 밀려와 혼란스러웠습니다.

 

“네가 집에서 아무 것도 배우지 않겠다면 나는 너를 학교에 보낼 수밖에 없다”고

엄마가 꺼낼 수 있는 무기를 수없이 꺼냈다 넣었다를 반복할 즈음

갈라디아서를 읽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수없이 보았던 말씀이지만 그것이 홈스쿨링과 직접 연관되어 저에게 다가올 줄은 몰랐습니다.

 

“이제는 너희가 하나님을 알 뿐 아니라 더욱이 하나님이 아신바 되었거늘

어찌하여 다시 약하고 천박한 초등학문으로 돌아가서 다시 그들에게 종노릇하려 하느냐“

 

그 날로 “너, 학교 가라”는 엄마의 협박은 끝났습니다.

치열한 싸움 끝에 발견한 것은 잔소리하는 엄마와 말 안 듣는 딸내미가 아니라

큰 죄인과 작은 죄인 두 사람이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으매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더니”

그 모든 사람의 중심에 그 놈과 제가 있었습니다.

 

추운 여름의 고비를 겨우 넘기고 2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간단한 수학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조차 엄마 탓이라 우기는 아이.

결국 그 날, 모든 학업을 내려놓았습니다.

이 아이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공부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필요한 것이 아닌 것은 알겠는데

무엇이 필요한지는 모르겠더군요.

일단 모두 접고 아이는 풀타임 플레이어가 되었습니다.

 

공부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 것 외에는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습니다.

아무리 얘기해도 도무지 듣지 않는 것 같은 딸.

대답은 했지만 변함이 없는 모습.

“엄마가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정말 들은 것은 아니다.

너의 행동이 바뀌어야 엄마의 말을 들은 것이다.“

이것이 엄마의 반복되는 잔소리였지요.

 

컨퍼런스는 저의 고민과 정면으로 만나는 시간이었습니다.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할 수 있다.”

아이에게 엄마 말 좀 들어라 들어라 말만 했지

아이에게 듣는 법을 가르치지 않았던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역시 듣지 않는 사람이었음도 함께.

 

말씀의 빛이 제 삶의 모든 영역에서 비칠 때 제대로 들을 수 있고

그것으로 제 행동이 변화되었을 때에야 아이에게도 무언가 행하도록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기도의 부르심에 힘써야 하는 것에 대하여 말씀하셨는데

저는 제가 혼자서는 무엇을 할 수 없는 의존적인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하나님 앞에서 얼마나 교만하고 독립적인 사람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부모님께 무언가 요청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떤 때는 꼭 필요한 것도 구하지 않고 지나쳤던 때도 있습니다.

웬만하면 내가 알아서 하자고 했던,

나름대로는 부모님에 대한 배려라고 믿었던 생각 많았던 어린이.

지금 생각해 보면 부모님께서 그것을 아셨다면 얼마나 아파하셨을까요...

저의 그런 모습은 하나님께도 그렇게 투영되고 있었습니다.

필요한 것이 있어도 구하지 않는, 웬만하면 내가 알아서 하자는 모습이 제게 있었습니다.

기도하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려웠는지....그것은 저의 교만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또 얼마나 안타까우셨을까요....

 

저에겐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후회하심이 없는 부르심으로 부르신 그 분의 도움이.

 

부모를 아이들의 여행가이드라고 하신 것은 정말 적절한 표현인 것 같아요.

 

비전(vision): 여행객을 어디로 이끌 것인가?

계획(plan) : 어떻게 갈 것인가?

힘의 근원(power source) : 여행기간 동안 어떻게 공급받을 것인가?

 

따뜻한 봄이 오면 딸과 여행을 한 번 해 볼까 싶습니다.

어디로 데려갈 것인지, 어떻게 갈 것인지 고민해 보며

여행가이드의 역할을 한번 실습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서 아이의 마음을 돌보는 시간을 가져야겠습니다.

얼어서 딱딱해진 땅이 녹는 봄이 기대됩니다.

아이의 딱딱해진 마음에도 봄이 올 것을 기대합니다.

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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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네아이아빠 2015.01.04 00:48
후기로 첫 테이프를 끊어주셔 감사드립니다. 저는 저녁이 되서야 집에 들어와 연탄불 피우고 지금에서야 노트북을 켜놓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오늘도 한두시간 정도 꼭 해야할 일이 있어 말이지요. 연일 자정 전에는 잠을 못 자는 살인적인 스케줄이네요. ㅎㅎ  즐거워서 하는 일이니 견디긴 하지만 말입니다.
누구나 공감되는 삶의 전쟁 같습니다.
스킬이 부족해서 홈스쿨을 실패하는 것이 아니라 결론은 본질적인 가치와 부르심에 우리가 제대로 응답하지 못하고 힘쓰지 못하면서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성과와 스킬에 대해 집중하다보니 쓰러지고 힘들어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귀한 나눔 감사드립니다.
캠핑처럼 2015.01.05 13:47
[@네아이아빠] 연탄불???
네아이아빠 2015.01.05 22:05
[@캠핑처럼] ㅎㅎ 낯설겠네요. 저희 집은 시골같은 곳의 전원주택이고요. 겨울은 가장
힘든 시즌이랍니다. 난방비 감당이 안되어 연탄을 때고 있답니다. 작년엔 화상사고도 있었고 ㅋ
roselee 2015.01.04 19:30
후기 잘봤습니다.
개인적으로 강의를 정리하면서 마음에 새기게 된 노옴목사님의 말씀은..

"우리가 기도할때에 성령님께서 우리를 대신하여 기도하시는 것입니다.
성령님께서 기도하실때에 예수님께서 기도하시는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중보하실때에 하나님께서 일하시는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모든것을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것입니다.
그래서 기도가 자녀를 교육하고 양육할때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도를 자녀양육에 최우선으로 두어야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대가와 희생이 따르던 그것은 가치가 있습니다."

저도 기도의 부르심을 따르는 아빠가, 부모가 되길 기도해봅니다.
캠핑처럼 2015.01.05 13:49
[@roselee] 통역사님의 어투까정 묻어와서 생생하게 들리는듯 합니다.
우리가 기도할때에 성령님께서 우리를 대신하여 기도하시는 것입니다.  성령님께서 기도하실때에 예수님께서 기도하시는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중보하실때에 하나님께서 일하시는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모든것을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것입니다. 그래서 기도가 자녀를 교육하고 양육할때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도를 자녀양육에 최우선으로 두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개다와 희생이 따르던 그것은 가치가 있습니다."  와~~
내마음 2015.01.04 21:17
좋은 후기 감사합니다 ^^
후기 읽으며 저도 고개를 끄덕끄덕...공감했습니다.
특히 '큰 죄인 작은 죄인' 부분이요..
캠핑처럼 2015.01.05 13:50
“이제는 너희가 하나님을 알 뿐 아니라 더욱이 하나님이 아신바 되었거늘
 
어찌하여 다시 약하고 천박한 초등학문으로 돌아가서 다시 그들에게 종노릇하려 하느냐“



와~ 딱 그뜻은 아니지만 딱 그뜻이네요~
투니에미 2015.01.06 11:58
[@캠핑처럼] 그러게요..원래 그 뜻이 아닌데 딱 그 뜻이더라고요. ^^;;
뭘 이렇게 꼭 집어 말씀하시나...깜딱! 놀랐답니다.
원래 있는 말씀으로 정곡을 찔릴줄은 상상도 못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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